20대의 빚이 줄고 있다. 이걸 좋은 신호로 읽으면 안 된다.
20대의 1인당 대출 잔액은 3,047만원으로 전년보다 288만원 줄었다. 2021년 말(3,573만원) 이후 4년 연속 감소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2022년 DSR 규제 강화로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20대의 대출 여력이 감소했다"면서 "주담대보다 신용대출 비중이 큰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빚이 줄어서가 아니라 빌릴 수 없어서 줄었다. 이 차이가 핵심이다.
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막은 것
DSR은 연간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이다. 소득이 낮으면 대출한도가 작다. 20대는 소득이 낮다. 그러니 한도가 줄었다.
2022년부터 DSR 규제가 본격화됐다.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DSR 40%를 넘기면 안 된다. 연봉 3,000만원짜리 20대가 받을 수 있는 대출은 구조적으로 제한된다.
여기까지는 정책 의도대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② 막히면 어디로 가나

20대 연령층의 5대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 단순 평균은 0.41%로 집계됐다. 모든 연령층 중 최고치다. 이어 50대(0.37%)·40대(0.35%)·60세 이상(0.32%)·30대(0.23%) 순이었다. A은행의 20대 이하 대출자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0.80%로 나타났다. 30대(0.37%)·40대(0.37%)·50대(0.37%)·60세 이상(0.62%)을 크게 웃돌았다.
은행에서 빌리는 돈은 줄었는데, 연체율은 전 연령 중 가장 높다. 뭔가 맞지 않는다.
은행이 막히면 저축은행으로, 저축은행이 막히면 카드론으로, 카드론이 막히면 P2P로, P2P가 막히면 불법 사금융으로 간다. 금리는 단계마다 올라간다. 연체가 생기는 곳은 이 경로의 끝이다.
취업 실패나 연체 등으로 제도권 금융기관 대출이 막힌 젊은이들은 2금융권이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③ 신용유의 등록이 말해주는 것
은행에서 연체가 3개월 이상 이어지면 신용유의자로 등록된다. 신용유의자가 되면 제도권 대출은 사실상 막힌다.
작년 '신용유의' 20대는 3년 새 25% 급증했다.
신용유의 등록이 늘었다는 건 악순환이 시작됐다는 뜻이다.
신용점수가 낮아지면 더 높은 금리의 대출만 받을 수 있다. 높은 금리는 상환 부담을 키운다. 상환 부담이 커지면 연체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체가 생기면 신용점수가 더 떨어진다. 이 고리를 끊기 어렵다.
20대가 이 고리에 일찍 들어갈수록 30대, 40대 재무 설계에 영향을 미친다. 빚의 구조는 연령을 타고 이동한다.
④ 20대는 왜 빌려야 했나
취업이 늦어졌다. 독립이 늦어졌다. 독립은 했는데 월세는 올랐다.
39세 이하 청년 가구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30.3%로 전 연령대 1위다. 저축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31.1%로 지금 당장 모든 예적금을 깨도 빚을 다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자산은 줄고 있는데 부채는 그대로이거나 늘고 있다. 순자산이 마이너스인 20대 가구가 실제로 존재한다.
여기에 전세 사기, 청년 임차인 피해 등이 더해지면서 주거 안정성을 위해 빌린 돈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⑤ 숫자 뒤에 있는 것
20대 부채 문제를 "젊은이들이 씀씀이가 헤퍼서"로 보는 시각이 있다. 데이터는 다른 말을 한다.
은행 대출이 줄어들었다는 건 규제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처럼 보인다. 그러나 연체율이 전 연령 1위라는 건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신호다. 두 신호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소득이 생기기 전에 이미 빚 구조 안으로 들어간 세대가 30대가 됐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2편에서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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