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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빼앗기면 사람은 범죄자가 된다 — 역사는 반복된다 1부 : 인클로저와 블랙 액트

🧪 짠테크 인사이트

by 짠테크연구소 2026. 4. 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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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는 말이 있다.

진부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지금 AI가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이 장면을 300년 전 영국과 겹쳐놓으면 소름이 돋는다. 구조가 똑같다.

이 시리즈는 기술이 사람을 밀어낸 역사적 순간들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때 국가와 자본이 무엇을 했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그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를 지금과 비교한다.

1부는 인클로저와 블랙 액트다.

 

① 공유지라는 것이 있었다

15세기 이전 영국 농촌에는 커먼즈(Commons), 즉 공유지가 있었다. 마을 공동의 숲, 목초지, 습지. 농민들은 여기서 땔감을 구하고, 가축을 풀어놓고, 나무 열매를 따고, 사냥을 했다. 법적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든 오랫동안 모두가 써온 땅이었다.

토마스 모어는 인클로저 운동을 가리켜 "양이 사람을 잡아먹다"라고 비난했다. 인클로저 운동으로 농경지가 목장으로 바뀌면서 농민들이 토지로부터 내몰렸기 때문이다.

이 공유지에 어느 날 울타리가 쳐졌다.

 

② 양털이 돈이 됐다

16세기 영국, 유럽 전체에서 모직물 수요가 폭증했다.

영주들은 농민의 보유지까지 포함한 넓은 땅에 울타리를 치고 목장으로 만들었다. 파괴와 방화와 폭력이 자행되었다. 대대로 부쳐먹던 땅이라고 하소연해도 소용없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양 한 마리를 기르는 데는 양치기 한 명과 개 몇 마리면 됐다. 농민 수십 명을 부려 농사짓는 것보다 훨씬 이익이었다. 그래서 영주들은 계산을 했고, 농민들을 쫓아냈다.

생산수단으로부터 사람의 분리, 즉 노동력 이외에는 달리 생존수단이 없는 인구를 만드는 야수적 과정으로서 시초축적이 자본주의 발전의 전제조건이자 기반을 제공하였다. 

달리 표현하면 이렇다. 땅에서 쫓겨난 사람들은 이제 몸뚱이 하나만 남았다. 그걸 팔아야 먹고살 수 있었다. 노동력의 상품화가 시작된 순간이다.

 

③ 쫓겨난 사람들은 어떻게 됐나

 

 

 

공유지를 잃은 농민들은 도시로 흘러들었다. 그러나 도시가 이들을 받아줄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일자리는 없었다. 살 곳도 없었다.

살아야 했다. 그러니 예전에 공유지에서 하던 짓을 계속했다. 숲에서 사슴을 잡고, 나무를 베고, 강에서 물고기를 잡았다. 그런데 그 땅은 이제 누군가의 사유지였다.

1723년, 영국 의회는 블랙 액트(Waltham Black Act)를 통과시켰다. 내용은 이랬다. 무장하거나 변장한 채 산림에 침입하면, 가축을 훔치거나 어망을 파손하면, 사슴·토끼·어류를 포획하면 — 사형이나 유배에 처한다.

생존 행위를 사형 사유로 만든 법이다. 무려 50가지 이상의 행위가 사형 대상이 됐다.

당시 영국 귀족들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었다. 땅을 빼앗은 자들이 법도 만들었다. 자신들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생존을 범죄로 규정했다.

 

④ 2차 인클로저 — 기계가 농업을 먹었다

1750년 영국의 도시 인구는 전국 총 인구의 21%를 차지했으며 1850년에는 52%로 증가했다. 도시 인구의 증가가 공업 발전을 촉진하면서 영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했다.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2차 인클로저가 시작됐다. 이번엔 농업도 기계화됐다. 자영농(yeoman)이 몰락했다.

숙련공의 가치가 급속하게 낮아지면서 일부 장인을 제외한 나머지 수공업자들은 대거 공장 문을 닫고 노동자로 전락하며 몰락해 버렸다. 보호막 역할을 해줄 길드도 시대의 변화에 뒤쳐져 약화되어 가면서 결국 사라졌다.

공장에는 여성과 아이들이 들어왔다. 5~6살짜리도 일했다. 하루 12~16시간. 다쳐도 치료받지 못하고 쫓겨났다. 투표권이 없었다. 노동조합도 불법이었다.

영국 의회는 자본가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1799년 단결금지법을 제정해서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결성·집단교섭·파업 등 일체의 집단행동을 금지해 놓았다. 

법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 확인된 순간이다.

 

⑤ 지금 우리에게 대입하면

AI가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콜센터, 번역, 회계, 법률 검토, 코딩 보조, 영상 편집, 기사 작성. 화이트칼라 직군부터 시작됐다.

기업들은 이것을 "효율화"라고 부른다.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경쟁력 강화.

300년 전에도 같은 말을 했다. 인클로저는 "농업 근대화"였다. 공장은 "산업 발전"이었다. 명분은 항상 그럴듯하다.

그리고 그 명분 뒤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은 이랬다. 소수가 이익을 가져갔다. 다수가 생존 기반을 잃었다. 저항하면 법으로 눌렀다.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면,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길지도 역사가 이미 보여줬다.

 

2부에서는 그 저항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떻게 됐는지를 본다. 러다이트와 프레임 브레이킹 액트. 기계를 부수면 교수형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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